돈을 돌게하라! ‘노노(老老)상속’ 급증에 세법 개정-주택연금 활용 등 대책 잇따라[황재성의 황금알]
1: 고령화로 노노 상속 급증…경제 악영향 우려
2: 상속증여세법 개정 추진 등 정부 대책 잇따라
3: 금융위, 주택연금 활용도 높이려 시행령 개정
4: 재건축 분담금 납부에 주택연금 사용 가능해져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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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노노 상속이 급증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주택연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한강대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를 찾은 방문객이 상품 설명을 받는 모습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고령화에 노노(老老) 상속 5년 새 3배로’
지난 20일 자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로 단독 보도된 기사입니다. 노노 상속은 80, 90대 부모가 숨지면서 노인 줄에 접어든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것을 말합니다.
국세청 통계자료를 분석한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80대 이상 고령층이 세상을 떠나며 물려준 재산이 20조 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으로 집계됐습니다. 2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5년 전(6조 61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노노 상속에 주목받는 이유는 부가 돈을 쓸 곳이 많은 젊은 세대에 넘어가지 않고 계속 고령층에만 머물면서 전체 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령 사망자의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들의 나이가 50대 중반을 넘을 가능성이 높은데, 자녀 양육이나 교육, 주택구매 등과 같은 돈을 많이 쓰는 시기를 넘어선 상태여서 활발한 소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곳입니다. 피상속자(사망자)의 80세 이상 비중이 70%(2019년 기준)를 넘어서고, 상속인의 52%(2022년)가 60세 이상입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하면 일정 규모의 교육비나 육아비에 대해선 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부(富)의 회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노 상속 재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은 점도 눈길을 끕니다. 80세 이상 고령자 상속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조 1500억 원이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이었고, 4조 6900억 원은 토지였습니다. 노노 상속 재산의 4분의 3이 부동산이라는 뜻입니다.
문제는 부동산이 통상 세금 문제 때문에 현금성 자산보다 증여가 힘들고, 유동화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생전에 물려주기도 쉽지 않고,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죽기 전에 넘겨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증여세법)이 대표적입니다. 25년간 유지해 온 상속·증여세율과 과세 표준 개편이 핵심 내용입니다. 정부 안대로 된다면 최고 세율이 50%에서 40%로 낮춰지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하위 과세 표준 구간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또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도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크게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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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금융위원회가 현재 입법 예고 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령안’(이하 개정안)도 넓은 의미에서 관련 대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고령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주택연금을 활용해 분담금을 낼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또 고령의 자영업자가 폐업하면서 갚아야 할 개인사업자 대출도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과 10월에 각각 발표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과 ‘서민 등 취약계층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 방안’의 후속 방안으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주택연금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셈이어서 노노 상속 문제의 또다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재건축 부담금 납부 위해 대출한도의 70%까지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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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주택연금을 이용해 재개발·재건축 분담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고령화율이 높은 1기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고령층이 분담금 마련이 어려워 재정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그만큼 주택연금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주택연금은 일종의 역(逆) 모기지 상품입니다. 모기지(mortgage)는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자금을 장기로 대출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역모기지는 이와는 반대입니다. 55세 이상의 주택소유자가 대출을 연금처럼 매월 나눠서 먼저 받은 뒤, 나중에 주택을 처분해 목돈으로 갚는 방식입니다.
▶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주택연금은 성공할 수 있을까 [황재성의 황금알]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714/120243859/1)
금융위가 입법 예고 중인 개정안을 통해 주택연금에서 한꺼번에 목돈으로 받는 방식인 ‘개별 인출’ 대상에 새로운 조건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우선 주택연금의 개별 인출 목적에 정비사업 분담금 납부가 신설됩니다. 또 인출 금액은 대출한도의 최대 50%에서 70%로 확대됩니다. 이때 정비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약칭·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주택법에 따른 리모델링사업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른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등을 의미합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입법 예고 안내문을 통해 “고령화율이 높은 1기 수도권 신도시 등의 경우 고령층은 분담금 마련이 어려워 재정비 사업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주택연금을 활용해 재개발·재건축 등의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직접적인 목적 이외에 주택연금을 이용해 각종 재정비 사업 분담금을 낼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고령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노노 상속에 묶일 수 있는 부동산의 유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령 가입자는 적잖은 목돈을 분담금용으로 한꺼번에 인출할 수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가 작성한 분담금 납부용 개별 인출금 규모(종신정액형 기준)를 보면 10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70세 가입자라면 3억 682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10억 원짜리 주택의 총대출한도(대출한도+초기 보증료)는 집값의 54.1%인 5억 4100만 원으로 책정됩니다. 여기에서 주택가격의 1.5%로 책정되는 1500만 원을 뺀 5억 2600만 원이 가입자가 손에 쥘 수 있는 실수령액(대출한도)입니다. 이 대출한도의 70%를 적용한 금액(3억 6820만 원)이 최대 분담금 납부용 개별 인출금 한도입니다.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1기 신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기 수도권 신도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17%, 60세 이상은 25%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주택연금으로 자영업자 대출 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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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목표로 주택연금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해 폐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가 기존 개인사업자 대출을 갚기 위한 용도로 주택연금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올해 5월 촬영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가. 영업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며서 공실이 된 상태로, 임차인이 버리고 간 폐기물만 쌓여 있다. 동아일보 DB
개정안은 또 폐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가 기존 개인사업자 대출을 갚으려 할 때에도 주택연금 개별 인출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고령의 자영업자가 영업 부진 등을 이유로 기존 사업을 정리할 때 빠르게 매듭짓고 재기에 성공하도록 돕자는 취지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영업자(2023년 기준)는 전체 취업자의 23.2%에 달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입니다. 무급가족종사자(89만 9000명)를 제외한 협의의 자영업자도 취업자의 20.0%나 됩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6.9%·2022년)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전체 소득을 5분위로 나눴을 때 가장 낮은 1분위에서 자영업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임금근로자(30.5%)의 2배가 넘는 69.6%에 달합니다. 이들 자영업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50.4%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또 절반 이상은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업 등 저숙련 업종에 종사했습니다.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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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들이 폐업하고 새로운 직업을 갖고자 할 때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55세 이상 유주택 가구의 29%(216만 가구)가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자영업자의 59.5%(335만 명)가 사업자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00만 가구 이상이 주택연금 가입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기준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2년 전보다 1500만 원 이상 늘어난 3억 40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10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70세 가입자라면 충분하게 상환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다만 대상자는 주택연금 신청 당시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른 소상공인 요건을 충족하고, 6개월 이내에 폐업해야만 합니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대출 상환용 인출금을 전액 상환해야 합니다. 또 신청인 또는 배우자의 사업 용도 대출(담보·신용 무관)을 상환하는 용도만 가능합니다.
개별 인출 한도금액은 대출금액의 최대 90%로 재개발·재건축 분담금 납부용보다는 높게 책정됐습니다. 금리도 0.1%포인트(p) 할인한 우대금리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만큼 손쉽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주택연금 가입자 크게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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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면 주택연금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도입 첫해인 2007년 가입자는 514명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가입 조건 등이 완화되면서 매년 가입자(누적 기준)가 늘어나 2018년 1월에 5만 명을 넘어섰고, 2022년 8월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년 1개월 뒤인 올해 9월 말 현재 가입자는 30% 이상 증가한 13만 2294명입니다.
특히 2022년 이후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2021년까지만 해도 1만 명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2년에 1만 4580명, 2023년에 1만 4885명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올해도 9월까지 1만 명을 이미 넘어섰고, 연말까지는 1만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김윤수 부장은 “주택연금의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가입 연령과 대상 주택 확대 등과 같은 규제 완화 조치 등도 영향을 미쳤다”며 “곧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70대로 접어들면 가입자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택연금 평균 가입연령이 72.2세라는 점을 반영한 추정치입니다.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의 학술지 ‘주택금융연구’에 2020년 게재된 논문,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가격 전망을 고려한 주택연금의 중장기 수요추정’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는 2030년대 중반 5만 명대까지 치솟은 뒤 2040년대 중반 이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렇다면 주택연금은 누가 주로 이용할까. 이에 대한 힌트는 주택금융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 ‘주택연금 가입자의 공간적 특성 분석-대도시권 비교를 중심으로’에서 잘 드러나 있습니다.
2023년 8월 기준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택연금 가입자(11만6536건)의 절반을 넘는 58.0%(6만7628건)이 부부였습니다. 이어 독신녀(34.7%·4만384건) 독신남(7.3%·852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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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72세였습니다. 연령대별 가입자 비율을 보면 70~74세가 24.3%로 가장 높았고, 75~79세(20.9%), 65~69세(20.7%)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평균 월지급금은 118만 원. 규모별 비율을 보면 50만~100만 원 미만(35.3%)이 제일 많았고, 100만~150만 원 미만(21.2%), 50만 원 미만(16.1%)의 순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주택연금 가입대상 주택기준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주택연금 가입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84%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이어 단독주택(6.7%) 다세대주택(6.2%) 연립주택(2.2%)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주택 규모는 60㎡ 초과~85㎡ 이하(전용면적 기준)이 43.3%로 가장 높았고, 60㎡ 이하(37.4%), 102㎡ 이하(9.9%)의 순이었습니다.
주택연금 가입 주택의 평균 가격은 약 3억 720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가격대별 비율을 보면 2억 원 이상~3억 원 미만(22.4%), 3억 원 이상~4억 원 미만(15.5%), 1.5억 이상~2억 원 미만(12.3%)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연금을 받는 형태는 가입 이후 일정액을 매월 꾸준하게 받는 정액형이 70.3%를 차지했습니다. 또 연금 수령 기간도 대부분 종신형(69.8%)이나 종신혼합형(29.1%)과 같이 종신방식(98.9%)을 선호했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황재성 기자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