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자료
상속인 늘면 낮아지는 유산취득세…‘양자 늘리기’ 일본식 편법 대책 있나
2025.03.31

국회 예산정책처 ‘세수감소’ 보고서
기재부 입법예고…5월 국회 제출
여야 감세 경쟁…“대책 마련해야”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상속세법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상속인이 늘어날수록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상속세법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상속인이 늘어날수록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2028년 시행을 목표로 상속세 과세방식을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정부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상속인이 늘어날수록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가 다시 확인됐다. 정부는 상속세법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5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 합의 등 감세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위장 분할’ 등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은 25일 ‘상속세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으로의 전환 개편 동향’ 분석보고서에서 “상속재산 분산 정도에 따라 유산취득세 방식이 유산세 방식에 비해 실효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실효세율 변화 시나리오 분석은 △상속인(배우자+자녀 1∼4명) △상속재산(10억·20억·30억·50억·100억·500억원)을 기준으로 현행 방식과 개편안에 따른 실효세율(산출세액/상속재산가액)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1명일 때는 실효세율이 최소 0.9%포인트에서 최대 4.6%포인트 낮아졌다.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2명 이상이면 실효세율 감소 효과가 급격히 커졌다. 상속인이 배우자+자녀 4명일 때는 실효세율이 최소 5.2%포인트에서 최대 16.5%포인트 낮아졌다. 상속재산 20억∼100억원 구간에서 감세 효과가 두드러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상속세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으로의 전환 개편 동향’ 분석보고서
국회 예산정책처 ‘상속세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으로의 전환 개편 동향’ 분석보고서

보고서는 “과세방식 전환 시 배우자 유무와 자녀 수 등의 상속인 수가 증가하는 경우 상속재산 분산으로 실효세율 인하 효과가 확대된다”고 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사망자)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1950년 상속세 도입 때부터 이 방식을 유지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나머지 국가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고 세무행정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개별 상속인의 세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보는 담세력(응능과세주의)과 무관하게 상속세가 부과되는 단점이 있다.

상속인(유가족 등)들이 취득한 개별 상속재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은 유산 분할을 촉진해 부의 억제를 완화하는 한편 상속인별 담세력에 맞는 상속세 부과가 가능하다. 반면 유산세에 견줘 세수증대 효과가 낮고, 모든 상속인과 취득재산을 조사해야 해 세무행정 부담이 커진다.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한 상속재산 위장 분할, 우회 상속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상속세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1950년 상속세법을 제정하며 유산세 방식을 유지했는데, 일본은 같은 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상속세 회피가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상속세액이 줄어들자 상속인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 양자를 두는 등 조세회피가 문제가 된 것이다.(‘상속세제 과세방식별 공제제도 비교연구’,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용역, 2023). 일본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산취득세 전환 8년만인 1958년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을 절충한 ‘법정상속분 방식’으로 전환했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재산을 ‘명의상 취득’하는 사람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상속세 부과 과세표준 등을 낮추는 불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하며 위장 분할·우회 상속 등 조세회피 방지책도 내놓았다. 상속재산 위장 분할의 경우 상속세 부과제척 기간(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나중에 상속재산을 다른 상속인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낮추는 우회 상속에 대해서도 ‘상속 개시 후 5년 이내 증여’가 있을 경우 추가 과세를 따지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 19일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4월28일까지)했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에 대한 찬반 의견이 상존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과세 약화로 인한 자산 불평등 심화와 세수 감소로 인한 국가재정 기반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조세회피 대응 방안 외에도 제도 보완이 필요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산취득세 방식에서 세액 확정·과세 관할 등 조세행정도 누수가 없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Top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