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매증가와 상속분쟁의 예방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 명을 넘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상속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치매는 인지 능력 저하로 인해 재산 관리와 처분, 유언의 효력 등 민법상 중요한 법률행위에 있어 분쟁의 소지가 매우 높다.
이에 치매노인을 둘러싼 상속 분쟁에서 고려해야 할 법적 쟁점과 예방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상속 분쟁에서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쟁점 중 하나는 치매노인이 생전에 작성한 유언의 효력이다. 이는 유언뿐만 아니라 생전증여 나아가 상속의 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유언대용신탁에서도 동일한 쟁점이 되고 있다. 민법 제1062조에 따르면 유언은 유언능력을 갖춘 자가 해야 한다.
즉, 유언 당시 정신이 온전하여 자신의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경우, 유언 작성 당시 이미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있었다면 유언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언 무효 확인 소송에서는 의료기록, 정신과 진단서, 당시의 증인 진술 등을 통해 유언자의 정신 상태가 유언 당시 어떠했는지를 법원이 면밀히 심리한다.
또한, 치매노인이 생전에 자녀 중 일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다른 상속인들은 이를 놓고 '부당한 편애' 또는 '정신적 능력 부재 하의 행위'로 주장하며 증여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와 제103조(반사회질서 법률행위) 등도 함께 주요 쟁점이 되며, 증여 당시 치매노인의 판단력이 미약하였는지를 중심으로 다투게 된다.
만약 증여 당시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단순한 진단만으로는 무효가 되지 않는다. 법원은 실제로 증여 당시의 인지 상태와 재산 처분에 대한 이해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따라서 치매노인이 있는 가정에서는 사전 증여의 경우에도 반드시 공정증서 방식이나 의사능력 확인 절차를 거쳐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치매 환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성년후견제도가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가정법원의 심판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치매노인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재산의 무단 처분이나 부당한 경제적 착취로부터 고령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가족 간 신뢰 문제, 후견 심판 절차의 복잡성 등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상속 분쟁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치매가 의심되는 시점부터 법적 후견인을 선임하여 객관적 재산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상속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전 조치들이 필요하다.
첫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나 증여계약을 활용하여 해당 법률행위의 진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유언 또는 증여 시점의 정신적 상태를 증명할 수 있는 의학적 자료, 즉 의사능력을 증빙할 수 있는 진단서 등을 준비해 두는 것이 사후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셋째, 유산 분배에 대한 가족 간 협의 과정이나 합의를 문서화해 분쟁 발생 시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기에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여 후견인을 선임함으로써 경제적 착취를 방지하고 재산의 투명한 관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노인을 둘러싼 상속 분쟁은 단순한 법률문제를 넘어 가족 간 갈등과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든다. 이러한 분쟁은 예방이 최선이며, 이를 위해선 사전에 법적 절차를 충분히 숙지하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가 단지 질병으로 그치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둘러싼 가족 간 신뢰와 존엄의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법적 대응과 예방은 모든 가족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 법무법인 율샘 허윤규, 허용석, 김도윤 변호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2025.06.16